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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출산 육아

두번째 임신 시도 그리고 화유

by 달님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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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임신 시도였다. 첫번째 임신시도는 딩크 졸업을 이야기하고 오빠랑 즉흥적으로 시도 했기 때문에 사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였다. 기적처럼 생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보기좋게 실패. 두번째 임신 시도는 마음을 비웠다. 내뜻대로 되는게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시도를 해야하는건가? 임신을 위한 관계를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거부감이 들고 반항심이 생겼다. 그래도 한달에 한번 오는 기회라고 생각 드는 순간 배란일이 임박해서야 남들 다 이야기하는 숙제 라는 것을 했고 그 후로는 마냥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처음엔 기대가 없었다. 이번에도 왠지 임신이 안될 것 같았다. 느낌이 그랬다. 나는 임신이 잘안되는 사람일 거라는 예감. 그래서 술도 마시고 돌아다니기도 엄청 돌아다녔다. 오빠와 하는 배달도 서슴없이 했고, 잠도 늦게자고... 그러던 어느날부터 부쩍 졸렸다. 생리전 증후군인가 싶을 정도였다. 순간 다음 생리 예정일이 4일 남은 것을 알아차렸다. 로켓배송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주문했다.

떨렸다. 오후 12시. 첫소변도 아니었다. 임신테스트기가 도착함과 동시에 두근거렸다. 기대하지 않은 임신인데 마음은 아니었나보다.

희미한 두줄.

첫번째 임신 시도때 한 테스트랑은 다름을 느꼈다.
임신이다.

혹시 오류는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제3자의 눈도 내가 임신같다고 이야기 했다. 너무 떨렸다. 그 떨림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방해했다. 금기인 설레발을 쳤다. 빠르게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빠 나 임신인거 같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그 기쁨을 감출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아이가 생겼다고 믿었다. 오빠는 내가 움직이는 것도 못하게 했다. 지금은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일찍 퇴근해서 돌아온 오빠와 기쁨을 만끽 했다.
다음날 임신테스트기는 남편과 함께 했다. 진해지는 것을 아이가 자라는 것을 같이 확인 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금 진해진 것 이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빠는 원래 이틀주기로 급변한다고 하니 이틀에 한번씩 하면 될거야 라고 했다.

나는 임테기의 노예가 되었다.

흐린 두줄은 진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임신증상까지 사라지려고 하니 미칠 지경이다. 아무일에도 집중이 안된다. 동대문에서 원단도 떼러다니고 배달도 해보고 해봤다. 그냥 움직였다. 난 이미 잘 못 될거라는 것을 직감했을까. 난 왜 붙잡을 노력조차 안했을까. 더 누워있어야 할판에 열심히 돌아다니고 무알콜 맥주도 마셨다. 내가 노력해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아무렇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건 참 힘든 일이다. 임신 테스트기가 너무 연해서 안보였을 때 일하고 있는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안나와 정말 화유인가봐.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이나고 슬펐다. 내 자궁이 튼튼해서 불완전한 수정체를 밀어내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라는 글도 읽었지만 생각의 전환은 쉽게 되지 않는다. 아무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빠와 하는 저녁식사에서 멍하니 눈물이 났다. 날 위로하는 오빠의 토닥임에 결국 난 터져버렸다.


1프로의 가망성에 미련을 가지다.


인정하기 싫은건지 희망을 가지는건지 병원에서 피검사 수치를 받고 결과를 듣기전까지 나는 작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놓고 싶었지만 잘 안됐다.
결국 나는 진실을 피할 수 없었다.

돌이켜생각해보니 임신의 기쁨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걱정과 불안 그리고 미련으로 가득찬 나날이었다. 아직도 글을 쓰며 그 날들을 회상하니 눈물이 난다. 이제 미련은 없지만 너무 날 선 신경때문에 지쳐버렸다.
차라리 아무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없던 일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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