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의 시간

30대 40대 부부 딩크의 이유 그리고 변화

달님 2020. 12.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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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

 2019년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하지 않는 미혼남녀가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누구나 하고 싶은 예식장은 1년 전에 예약해도 이미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 뭐든 힘들다 해도 어렵다 해도 할 사람들은 다 하고 사는 세상이다.

 뭔가 속은 느낌이다. 20대 때는 결혼은 30대에 해도 늦지 않아, 지금 하기에는 많이 이르지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 할 사람은 다 하는 게 결혼이었다면 나도 1,2년 일찍 결혼해서 신혼집이나 미리 마련할 걸. 허허.

 

 

 


 

2. 남편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이다. 항상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남편은 나랑 다르다. 잔잔한 호수. 기복이 없고, 위험한 것을 싫어하는 안전제일 주의자. 자유롭게 생각하는 나랑 달라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난 그것이 참 안정적이고 좋다. 남들과 어울리고 챙기기 좋아하는 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이 좋은 남편. 손해는 안 보려고 하는 남편. 아내랑 자기가 가장 중요한 남편. 단점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혼자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좋은 것인지.

 

 

 

 

 


 

3.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기 위함이 아니다.

"결혼했으면 애하나 낳아야지"
결혼 적령기엔 언제 결혼하니? 짝은 있니? 라며 닦달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결혼 후에는 언제 아기 낳니? 손주는 낳아야지?...
우리는 결혼 전 딩크로 살기로 결정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으로 키워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막중한 책임감.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만 키우기에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다. 세상은 나의 어린 시절보다 더 좋아졌지만, 팍팍 해지고 깐깐해졌다. 그 속에서 내 아이는 그리고 나는 부모로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나중엔 아이 때문에라도 산다."
 "아이 키우면서 부부가 잘 지낼 수 있다."
 정말 공감해주기 싫은 이야기. 아이는 부부 관계의 돈독함을 위해서 태어나는 것인가? 나의 행복을 위해 태어나는 것인가? 양육과 부부관계 그리고 나 자신의 행복과는 별개다.
 서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함. 그것이 우리의 결혼의 목적이지 아이를 낳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해낼 수 있는 목록을 정하고 같이 해 나가고 있다.  그 목록 속에 양육의 책임감이 없을 뿐이다.


 

 


 

4. 변화

"아이 하나 낳아도 될 거 같아"

 어느 날 산책하다 오빠가 말했다. "우리도 아이 한 명은 낳아도 될 거 같아." 근래 많이 든 생각이라고 했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은 번식의 욕구가 있다던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의 자손을 미래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이야기.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딩크로 살겠다는 내 마음이 종이 뒤집듯 쉽게 뒤집히기 시작했다. 내 남편과 함께라면. 남편의 삶 목록에 양육의 책임감이 들어왔다면 같이 해나갈 수 있겠다는 의지가 스멀스멀 피어오른 것이다. 긴 이야기 끝에 우리는 아이 하나를 낳기로 했다. 서로의 두터운 신뢰감과 믿음은 몇 년간 유지해온 딩크라는 벽을 깨는데 단 3일이 걸리지 않았다. 비로소 우린 부모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우린 더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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